état hypnagogique (반수면 상태)
이호련
2024년 10월26일 – 12월 07일
이호련 작가의 작품은 철학적, 정신분석학적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일차적인 이미지의 표현을 넘어 이론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의 접근 방식의 핵심은 프로이트(Freud)와 라캉(Lacan)의 이론에서 유래한 ‘충동‘이라는 개념에 있다. 충동은 인간의 내면에내재된 ‘결핍’인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끝없는 탐구, 즉 대상 없는 욕망이다. 작가 자신은 자신의 모델을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인용된 대체물, 즉 일시적인 것을 보존하고 소유하는 방법, 일종의 “예술적 박제술” 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순간을 포착하고 움직임을 정지시키며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을 불변의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된다.
‘시선’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라캉과 메를로퐁티 (Merleau-Ponty) 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관객의 시선과 신체 대상의 시선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고 있다. 시선은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마주하는 순간의 분열과 모호함의 경험을 만들어내며, 관찰 대상은 마치 받은 시선을 되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중성은 숨겨진 것을 보고 이해하려는 욕구라는 새로운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여성적 이상향의 결정체에서 관객의 시선은 매혹과 성찰 사이에서 동요하게 된다.
‘베일’은 그의 접근 방식에서 세 번째 각도를 형성하고있다. 카프카(Kafka)를 인용하고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과 니체(Nietzsche)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베일과 레이어링 기법을 사용하여 신체에 미스터리한 느낌을 연출한다. 부분적으로 투명한 베일은 형상을 숨기고 드러내는 동시에 시각적 욕망의 유희를 만들어내며 베일로 승화된 여성적 이상에 대한 탐구는 작품에 상상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관객을 욕망의 정지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거리를 설정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형상을 통해 작품은 모호한 감정의 복잡함에서 나오는 욕망 그리고 흐릿흐릿 한 감정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학생 시절 사진 콜라주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언어 이전의 감수성과 지나치게 경직된 해석에서 벗어나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시나 음악처럼 관객의 마음 상태를 변화시키고 감정과즐거움의 공간을 열어주는 동시에 욕망, 숭고함, 불안 사이의 긴장이 형성되는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호련의 작품은 관능과 지각의 상호작용이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작품 사이의 균형 잡힌 거리를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불확실한 공간을 포착한다. 디디에 오팅거(Didier Ottinger)가 설명한 이 거리는 작품 앞에서의 물리적 위치의 탐구이자 묘사된신체의 친밀함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작품의 이미지들은 중첩과 투명도를 통해 미지와 인지의 경계에서 머물며 반수면 상태인 듯 여성의 신체가 마치 흩어 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는 다양한 제스처로 나타난다. 여성의 신체의여러 움직임이 하나의 형상으로 결합된 작품은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대면하는 개개인의 여성적 이미지의 이상향을 드러낸다.
이호련 작가의 작품에 대해 M.T는 “la technicité de l’œil au service d’une villégiature manuelle”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안목의 쉼터)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정밀하고 세련된 회화적 제스처는 빛과 질감, 형태를 포착하는데 물감의 층이 서로 얽히고 겹치면서 만화경처럼 보이는 인체의 모습을 만들어낼 뿐더러 파스텔과 분홍빛 그리고 화이트 톤은 작품에 가벼움과 부드러움을 선사하며, 이는 신체의 복잡함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부드러움에는 여성적 이상에 대한 추구와 그것을 완전히 소유 할 수 없다는 상반된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다. 인물의 분할, 베일의 투명성, 형태의 겹침은 완벽을 향한 무한한탐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눈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고있다.
갤러리 피제이는 관객이 작품 하나 하나를 통해 인간 관능의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성찰하며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이호련은 작품안의 대상의 몸짓과 시선을 통해 신체와 감정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인식을 넘어 무의식속의 기억의 발견, 현실과 상상의 만나는 곳 또는 연약함과 강인함이 끊임없이 승화되는 여성의 형상을 표현하여 관조와 욕망의차원의 이중 정원에 도달하도록 관객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