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내면의 감동과 울림을 고백하는 문학에서의 시적인 표현과 정확하게 수치화하여 공간을 연구하는 수학적 표현인 기하학의 관계를 찾아가고 그들을 시각적 방법으로 결합한다. 모든 입체의 형태 중 가장 단순한 기하학 구조를 우리의 삶이 존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cube)으로 가정하고, 그 구조 속에 혹은 그 구조들을 감싸고 있는 우리 삶의 의미를 서정적으로 담아보고자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하학적 원소들의 규칙적인 반복을 통해 우리에게 내재된 어떤 리듬을 발견하고 또는 서로 연결되는 구조 속에 삶의 어떤 규칙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조형적 구조와 서정적 감성을 섬유가 지닌 고유의 물성과 융합시켜 표현하고자 한다. 즉 그 구조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반투명성, 바느질, 자수, 니팅, 프린팅 등의 다양한 공예 기법들과 구체적 내용을 상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패턴 등의 섬유적 요소들이 결합된다. 이렇게 표현되어진 기하학적 섬유 형상은 내면의 감동과 울림으로 은유되어, 우리 삶을 성찰하고 자각할 수 있는 서정적 메타포(metaphor)가 되기를 바란다.
기하학의 수학적 세계는 마치 짜여진 각본이 있는 것처럼 정해진 규칙대로 고정된 결과를 도출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섬유로 이루어진 기하학 형태의 유닛은 부드럽게 허물어지는 물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각본이 없는 비정형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섬유의 세계는 기하학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나의 내면의 잠재적인 공간이 된다.
규칙이 없는 나의 내면의 공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서로 어울리지 않으며, 파편적으로 부유하고 있다. 그 각각의 섬유 유닛들은 나의 내면의 작은 세계들이며 그것들의 연결을 통해 비정형적으로 수축하고 팽창하는 나의 내면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단추는 나의 내면, 그 각각의 세계들을 여미고 하나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단추는 부드러운 섬유를 조심스럽게 연결하면서도 동시에 조심스럽게 분리시킬 수 있는 특수한 패치워크(patchwork)를 수행한다. 나는 단추의 마법과도 같은 기능을 통해 예측할 수 없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비유기적인 나의 진실된 세계들을 동시에 묶어둘 수 있다. 단추는 어긋난 음들을 공존시켜 불협화음을 만들기도하고 몽타주처럼 불연속적인 장면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섬유의 작고 부드러운 파편들이 하나의 비정형의 문체로 묶임으로써 꿈틀대고 미끄러지면서 무한 증식할 수 있는 무형(amorphe)의 내면적인 공간이 드러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