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생 김덕호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공예·디자인을 전공하며 미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의 교육적 배경은 한국 전통 공예와 현대 디자인에 대한 동시대적 고찰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했으며, 이러한 긴장 관계는 이후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흐름이 되었습니다.
‘생각하는 손(Thinking Hand)’이라는 개념을 탐구하면서, 김덕호 작가는 이론과 지적 이해에 기반한 명시적 지식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재료에 대한 이해는 사전에 이론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천 시간에 걸친 반복적인 실습과 인내심 있고 세심한 작업을 통해 체득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은 그를 한국 도자 전통에서 비롯된 연리(Yeon-li) 기법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끌었습니다. 연리 기법은 서로 다른 색상의 점토를 결합하고 겹겹이 쌓은 뒤 형태를 빚어내는 방식입니다. 물레 성형을 거친 기물의 표면을 정교한 수직 면으로 깎아내고 연마하면, 각각의 면은 점토라는 재료의 서로 다른 표현을 드러냅니다. 깊이의 변화와 미묘한 색조의 차이, 그리고 움직이는 재료 내부에 축적된 기억이 표면 위에 나타납니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덜어냄으로써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Vestige》 시리즈의 근간을 이룹니다. 작품의 표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이 되어 점토의 물성, 물레의 회전, 그리고 성형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때로는 포기된 선택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이 시리즈는 PAD London, Design Miami, 두바이 등 국제적인 무대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서울시립미술관, 대한민국 국가유산청의 소장품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4년에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GCB상을 수상했습니다.